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디지털 흔적을 남깁니다. 이메일, SNS, 사진, 클라우드 저장소, 블로그, 게임 계정, 암호화폐 지갑, 온라인 구독 서비스 등. 그런데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이 디지털 자산은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죽음 이후의 온라인 삶을 설계하는 디지털 유산 매니저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은 이제 법률, 기술, 윤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사회적 과제가 되었고,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직업이 바로 디지털 유산 매니저(Digital Legacy Manager)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생소하지만 급부상 중인 직업의 정체와 역할, 진입 방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디지털 유산 매니저란? – 사후를 준비하는 새로운 전문직
디지털 유산 매니저는 말 그대로 한 개인이 사망한 이후의 온라인 자산과 기록을 정리·보존·삭제·이관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과거에는 유언장이 재산이나 부동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유언장’이라는 개념이 필요해졌고, 여기에 전문성을 갖춘 직업이 생겨난 것이죠.
어떤 일을 할까?
디지털 자산 정리: 사진, 영상, 문서, 클라우드 계정 등을 유족에게 전달하거나 삭제.
계정 관리: SNS, 이메일, 블로그 등 각종 계정의 폐쇄 또는 메모리얼 계정 전환.
암호 및 보안 해제: 고인이 남긴 디지털 기기, 암호화폐 지갑, 비밀번호 관리 툴 등의 접근을 위한 기술 지원.
디지털 유언장 설계: 생전의 의사를 반영한 디지털 자산의 처리 계획 작성.
유족 상담 및 가이드: 유족에게 디지털 흔적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 안내하고 심리적 위로도 제공.
이 역할은 단순한 ‘IT 기술자’가 아니라, 법률, 심리, 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집니다.
2. 디지털 유산이 중요한 이유 – 우리의 삶은 온라인에 남는다
현대인은 삶의 대부분을 온라인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SNS의 사진 한 장, 블로그의 글, 이메일의 메일함, 클라우드에 저장된 가족 영상 등은 더 이상 무형의 것들이 아닙니다. 모두 유산이며, 추억이고, 자산입니다.
디지털 유산이 중요한 이유
정체성의 보존: 고인의 생전 기록이 자녀, 가족, 친구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프라이버시 보호: 사망 이후에도 해킹, 사칭, 데이터 유출 등의 위험은 존재합니다.
법적 분쟁 예방: 디지털 자산은 실제 재산 가치가 있기 때문에, 명확한 정리가 없을 경우 상속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기술 발전 대비: AI 기술로 고인의 목소리나 글을 재현할 수 있는 시대.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은 ‘Inactive Account Manager’라는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사망했을 때 계정 데이터를 특정인에게 넘기거나 삭제할 수 있게 했고, 페이스북도 ‘추모 계정(Memorialized Account)’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기능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디지털 유산 매니저의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3. 디지털 유산 매니저가 되는 법 – 직업으로서의 가능성과 전망
이 직업은 아직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디지털 자산 상속 컨설팅’, ‘디지털 유언장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입니다. AI 시대가 깊어질수록 오히려 이 직업의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떻게 시작할까?
기술 지식 습득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 복구, 암호 관리 도구, 온라인 계정 구조 등에 대한 이해.
기본적인 IT 활용 능력은 필수입니다.
법률 지식
국내외 개인정보 보호법, 상속법, 저작권법 등에 대한 기초 지식 필요.
특히 한국은 아직 디지털 자산 상속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도적인 연구와 자문 가능.
심리적 공감능력
유족과의 상담이 포함되기 때문에 상담사 자격, 심리학적 접근법이 강점이 됩니다.
애도의 과정에서 필요한 예민한 소통 역량이 요구됩니다.
포트폴리오 및 브랜드 구축
본인 또는 지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유산 매뉴얼’을 만들어 블로그나 강의 등으로 공개해볼 수 있습니다.
전문성 있는 콘텐츠로 신뢰를 쌓는 것이 초기 활동에 도움이 됩니다.
수익 모델은 어떻게?
1:1 유언장 컨설팅 서비스: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하고 자산을 분류해 주는 유료 서비스 제공.
유족 대상 사후 정리 서비스: 고인의 SNS, 계정, 데이터 정리 대행.
디지털 상속 플랫폼 협업: 블록체인 기반 상속 플랫폼과의 협업 가능.
강의 및 교육 콘텐츠 운영: 온라인 클래스, 세미나, 장례 지도사 교육과정 등에서 디지털 유산 관리 파트 진행.
“죽고 나서도 로그인이 필요한 세상”, 이 말은 이제 농담이 아닙니다. 디지털 유산 매니저는 기술과 감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직업이며, 그만큼 성장 가능성과 사회적 의미가 큽니다.
만약 당신이 사람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기술을 통해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다면, 디지털 유산 매니저는 아주 매력적인 커리어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영역에서 선도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